2026/03 13

어렵게 쓰는 것은 '게으름'이고, 쉽게 쓰는 것이 '실력'이다

기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개발자들과 소통하다 보면 공통적인 걱정을 마주합니다. '너무 풀어서 쓰면 제 수준이 낮아 보이지 않을까요?'라는 불안이죠. 이런 심리 때문에 많은 작성자가 하얀 화면 앞에서 고뇌하다가 영어 약자와 전문 용어로 가득한 글을 선택하곤 합니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는 '어려운 글이 곧 전문성'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이는 전문성의 본질을 오해한 착각입니다. 읽는 이를 배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글은 전문성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본인이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증거일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왜 '쉽게 쓰는 능력'이 개발자의 가치를 결정짓는 진짜 실력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자꾸 어렵게 쓰게 되는가? 심리학에는 '두드..

콘텐츠 전략 2026.03.31

개발자들만 열광하는 기술 블로그,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온드미디어 콘텐츠 중 '기술' 카테고리는 콘텐츠 담당자 혼자 힘으로 채우기 역부족입니다. 전문성이 필수적이기에 개발팀과의 협업은 필연적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자가 마주치는 가장 거대한 장벽은 팀원의 공고한 확신입니다. '우리 글은 어차피 개발자만 읽을 텐데, 좀 어려워도 괜찮지 않나요?'라는 믿음 말이죠. 글을 쓰는 개발자들은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다이어그램이 곧 자신의 기술적 깊이를 증명한다고 믿곤 합니다. 하지만 마케터의 시선에서 볼 때 이는 고객의 언어를 배우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 사고'일 뿐입니다. 우리 블로그를 찾는 개발자가 단지 개인적인 공부를 하러 온 걸까요, 아니면 자기 '회사의 문제'를 풀기 위해 온 걸까요? 만약 후자라면, 불친절한 글은 그저 개발자들끼리의 지식 자랑..

콘텐츠 전략 2026.03.30

이제 B2B 콘텐츠의 차별화는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서 나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 콘텐츠 마케팅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드는 일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실력의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글 하나를 써도 검색 창에 잘 걸리게 단어를 배치하고, 읽기 좋은 문장과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론(How)' 자체가 마케터의 핵심 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쓸까?'는 더 이상 고민할 거리가 아닙니다. 예전에는 전문가들만 알던 비법들이 이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이 되었습니다.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쉽고 간단해지면서 마케터들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얼마나 빨리 결과물을 받아내느냐?'는 결과 중심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

콘텐츠 전략 2026.03.26

어제의 세련된 카피가 오늘의 낡은 꼰대가 되는 이유

콘텐츠 전문가에게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가치를 담아내는 가장 직접적인 그릇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그리고 아주 익숙하게 써온 단어들이 오늘날의 고객들에게는 '무례함'이나 '낡은 생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언어의 사회적 맥락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어제는 적절했던 표현이 오늘 고객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주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B2B와 B2C를 막론하고 콘텐츠 제작자라면 화려한 수식어를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유통기한’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이는 고객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비즈니스의 필수 역량입니다. '똑순이'라는 칭찬이 실례가 된 나의 기록 고백하자면, 저 역시 이런 변화를 뼈아픈 실수를 통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콘텐츠 전략 2026.03.25

'님' 호칭 뒤에 숨은 수평적 문화의 함정

오늘날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매력적인 단어 중 하나는 '수평적 문화'입니다.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직급을 없애며, 인턴부터 대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자랑합니다. 취업 시장에서 이런 문화는 인재를 끌어모으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수평을 외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대표의 의중대로 흘러가는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 의사결정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서서히 입을 닫기 시작합니다. 내 의견이 서비스나 제품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 대신 '어차피 대표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할 텐데 굳이 내 에너지를 써서 반대 의견을 내야 할..

일하는 방식 2026.03.24

매뉴얼만 주는 온보딩, 퇴사자를 위한 '사용 설명서'일 뿐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가르침을 얻곤 합니다. 2017년 미국 대학 농구(NCAA) 토너먼트 현장도 그랬습니다.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극적인 8강으로 이끈 '프랭크 마틴' 감독은 수많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공식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소년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키즈 소속의 10살 어린이 기자, '맥스 본스테터'였습니다. 어린 소년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감독님, 선수들에게 수비를 가르치실 때 기술과 태도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주변에 앉아 있던 어른들은 아이의 귀여운 질문에 미소를 지었지만, 마틴 감독은 달랐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

일하는 방식 2026.03.23

AI가 1,000개의 글을 써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최근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릴레잇(Relate)의 Arthur Kim님이 쓰신 라는 글입니다. 이 글은 AI 이메일 자동화가 B2B 세일즈 영역에서 왜 실패했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아주 쉽게 설명해 줍니다. 글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AI 세일즈 툴을 도입한 기업의 85%가 6개월 만에 도입을 포기했고, 메일 답장률은 1% 미만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성과를 높여줄 것이라 믿었던 자동화가 오히려 실적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왜 비즈니스의 성과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걸까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지금 '전달'을 '연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달'은 기술의 영역, '연결'은 사람의 영역 ..

레알 마드리드에는 감독이 없고, 온드미디어에는 브랜드가 없다

저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평소 '일 잘한다'고 소문난 팀들의 기업 블로그를 꾸준히 살펴보고 공부하곤 합니다. 잘 나가는 팀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찾기 위해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찾아본 글 하나하나의 수준에 매번 감탄합니다. 현업 개발자가 며칠 밤을 새우며 쓴 트러블슈팅 기록, 디자이너가 픽셀 하나하나와 싸우며 완성한 UX 철학, 기획자의 날카로운 시장 분석까지. '와, 이 회사엔 정말 대단한 인재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블로그의 여러 글을 읽을수록 마음 속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 블로그가 브랜드를 위해 정말 좋은 온드미디어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퀄리티 높은 글들이 넘쳐나는데, 왜 저는 ..

기록과 관찰 2026.03.19

AI가 써준 글에 만족할수록 내 실력이 제자리걸음인 이유

얼마 전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문구 하나를 보았습니다. 'AI를 글쓰기에 자주 활용하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겪어야 할 고군분투가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입니다. 이제는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막막했던 보고서 초안이 완성되고, 며칠을 고민해야 할 기획안이 단 몇 초 만에 쏟아집니다. 글쓰기의 괴로움과 고민의 시간이 사라진 자리에 효율성이라는 매끄러운 결과물만 남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쉬워진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장 귀해진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바로 ‘거절하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 편리함이 주는 평균의 함정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확률이 높은 답을 내놓습니다. 다시 말해, AI의 답변은 언제나 ‘..

기록과 관찰 2026.03.14

마케팅 예산 0원, 돈이 없으면 글이라도 써야 합니다

"대표님, 우리 이제 마케팅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팀원의 이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대표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통장 잔고는 뻔하고, 당장 제품 개발에 들어갈 비용도 모자란데 마케팅이라니요. '광고비로 쓸 돈이 어디 있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게 냉정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지금 당장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 마케팅은 수백만 원짜리 홍보 영상을 찍거나 연예인을 섭외하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바로 대표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일입니다. 1️⃣ 2026년, 사람들은 '광고'가 아니라 '사람'을 믿습니다 지금은 AI가 순식간에 수천 개의 마케팅 문구를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어디를 가나 번지르르하고 매끈한 광고 문구가..

콘텐츠 전략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