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매뉴얼만 주는 온보딩, 퇴사자를 위한 '사용 설명서'일 뿐

Ko_Peter 2026. 3. 23. 08:00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가르침을 얻곤 합니다. 2017년 미국 대학 농구(NCAA) 토너먼트 현장도 그랬습니다.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극적인 8강으로 이끈 '프랭크 마틴' 감독은 수많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공식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소년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키즈 소속의 10살 어린이 기자, '맥스 본스테터'였습니다.

어린 소년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감독님, 선수들에게 수비를 가르치실 때 기술과 태도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주변에 앉아 있던 어른들은 아이의 귀여운 질문에 미소를 지었지만, 마틴 감독은 달랐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질문이네요. 내가 감독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봅니다. 나의 대답은 '태도'가 먼저라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사명을 믿어줄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선수들이 먼저 믿어야 하죠. 일단 그 믿음이 생기고 나면, 그때 비로소 기술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마음가짐이 없다면 기술은 아무런 소용이 없거든요. 우리 팀에는 우리가 하는 일을 완전히 받아들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농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온보딩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요. 첫 출근한 동료에게 우리는 무엇을 먼저 주고 있을까요? 잘 만들어진 업무 매뉴얼인가요, 아니면 함께 일해야 할 이유에 대한 믿음인가요?


기술을 가르치기 전 '마음의 방향'을 맞추는 과정

대부분의 조직에서 진행하는 온보딩은 '업무 인수인계'에 가깝습니다. 책상을 안내하고, 법인 카드를 발급하고, 협업 툴 사용법을 알려준 뒤 두꺼운 업무 매뉴얼을 건넵니다. 그리고는 '자,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성과를 내보세요'라고 말합니다.

물론 기술이 뛰어난 인재는 당장의 업무를 처리해내며 적응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틴 감독의 철학을 비추어 볼 때 조직의 사명에 공감하지 못한 채 기술만 발휘하는 인재는 금세 동력을 잃기 쉽습니다.

기술은 '손'을 움직이게 하지만, 믿음은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신입 입사자가 우리 회사의 비전과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믿지 못한다면, 그가 가진 뛰어난 기술은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 전락합니다.

반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면 세상이 이렇게 바뀔 것이다'라는 사명을 완전히 받아들인 사람은 스스로 기술을 익히고 발전시킵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마틴 감독이 언급한 '완전히 받아들인(Bought-in)'이라는 표현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수준을 넘어 조직의 목적에 자신의 가치관을 기꺼이 지불하고 동참했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온보딩은 이 받아들이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구성원이 우리 팀의 철학에 동의하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설레기 시작할 때 비로소 리더가 건네는 기술적 가르침이 그 사람의 피와 살이 될 수 있습니다.


매뉴얼이 아닌 '우리 팀의 심장'을 보여주는 시간

그렇다면 리더는 온보딩 과정에서 어떻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그것은 기업의 '심장'을 보여주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히 '우리 회사는 업계 1위가 목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 대신 '우리는 이런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모였고, 당신의 합류가 그 꿈을 앞당길 것입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첫 출근 날, 신입 동료에게 건네야 할 것은 업무 리스트가 아니라 '환대와 설득'입니다. 리더는 시간을 내어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신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를 충분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리더의 열정을 전염시키고, 조직의 비전과 개인의 목표가 맞닿는 지점을 찾아주는 '설득의 시간'입니다.

또한, 온보딩 과정에서의 '심리적 안전감' 역시 믿음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마틴 감독이 10살 꼬마 기자의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최고의 전문가로 대우하며 답변했듯 조직은 신입 구성원의 낯선 질문과 호기심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아직 잘 모르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는 태도는 구성원의 마음을 닫게 만듭니다. 반대로 '당신의 새로운 시각이 우리 팀의 사명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는 존중의 태도는 구성원이 조직을 깊이 신뢰하게 만드는 강력한 온보딩 장치가 됩니다.


함께 달릴 동료에게 '이유'를 선물하는 일

온보딩의 성공 여부는 '이 사람이 우리 팀의 미션을 나만큼 믿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결정됩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직의 철학을 내재화하고 한 팀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데는 리더의 세심한 설계와 진심 어린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력 하나하나가 소중한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이러한 온보딩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흔히 '태도가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열정적인 인재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모른 채 기계적으로 업무만 반복하다 보면 태도는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온보딩은 바로 그 태도의 유통기한을 영구적으로 늘려주는 과정입니다. 함께 가야 할 확실한 '이유'를 선물받은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기술은 언제든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음을 심어주는 골든타임은 바로 온보딩 기간뿐입니다. 도구를 쥐여주기 전에 먼저 그들의 심장을 뛰게 하십시오. 그것이 마틴 감독이 우리에게 남긴, 그리고 모든 리더가 명심해야 할 온보딩의 진짜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