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평소 '일 잘한다'고 소문난 팀들의 기업 블로그를 꾸준히 살펴보고 공부하곤 합니다. 잘 나가는 팀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찾기 위해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찾아본 글 하나하나의 수준에 매번 감탄합니다. 현업 개발자가 며칠 밤을 새우며 쓴 트러블슈팅 기록, 디자이너가 픽셀 하나하나와 싸우며 완성한 UX 철학, 기획자의 날카로운 시장 분석까지. '와, 이 회사엔 정말 대단한 인재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블로그의 여러 글을 읽을수록 마음 속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 블로그가 브랜드를 위해 정말 좋은 온드미디어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퀄리티 높은 글들이 넘쳐나는데, 왜 저는 이런 아쉬움을 느꼈을까요? 제가 공부하며 발견한 그 '결정적인 한 끗'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화려한 선수들, 그러나 전술이 없는 경기
제가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부재'였습니다. 개별 카테고리에 올라온 글들은 분명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글들은 다른 기업 블로그에 그대로 옮겨 심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습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 기업만의 독특한 향기나 관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죠.
마치 좋은 선수는 가득하지만 감독이 없는 레알 마드리드를 보는 듯했습니다. 개개인의 역량은 압도적이었지만, 이를 '우리다움'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할 전략적 구심점이 부재했습니다. 전술 없는 스타 군단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잘 쓴 글들이 넘쳐나는 기업 블로그에서 느낀 아쉬움이 딱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개별 필자들의 화려한 개인기는 돋보이지만, 정작 브랜드가 지향하는 하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보의 나열,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좋은 글'만으로는 부족할까요? 온드미디어의 본질은 단순히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주는 통로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독 없는 팀에서 나온 콘텐츠들은 고객에게 다음과 같은 한계를 남깁니다.
- 기억에 남지 않는 우리 팀: 유용한 지식은 얻었지만, 그 지식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정보 뒤에 가려져 버리는 거죠.
- 설득력이 부족한 기술력: 기술적인 수준은 충분히 보여줬지만, 고객이 우리 제품을 믿고 써야 할 결정적인 이유까지는 닿지 못합니다. '무엇'을 잘하는지는 알겠는데 '왜' 이 기업이 하는 방식이 더 나은지에 대한 공감을 얻지 못한 겁니다.
공감하지 못한 고객은 정보를 소비하고 떠납니다. 온드미디어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마지막에 기억에 남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브랜드'여야 하는데 말이죠.
브랜드의 관점을 설계하는 감독이 필요한 이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글을 정리하고 오타를 잡는 '관리자'가 아닙니다. 브랜드의 색깔을 입히고 콘텐츠 간의 조화를 설계하는 '책임 있는 담당자'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제가 만약 그 감독이라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전술을 먼저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만의 '관점'부터 정의하겠습니다.
똑같은 지식을 전달하더라도 우리만의 이유가 담겨야 합니다. 단순히 'A 기술을 썼다'가 아니라 '우리는 사용자의 편의를 0.1초라도 앞당기는 것이 가장 큰 가치라고 믿기에 A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식이죠. 이 '왜'에 대한 답변이 모여 브랜드의 정체성이 됩니다.
둘째, 흩어진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맥락을 만들겠습니다.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글들이 따로 놀게 두지 않겠습니다. 마치 점들을 연결해 선을 만들듯 여러 주제의 글을 하나의 테마로 엮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요함'이라는 키워드로 개발팀의 기록과 기획팀의 리서치를 연결할 때 고객은 비로소 브랜드의 성격을 온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셋째, 고객의 머릿속에 남을 '잔상'을 설계하겠습니다.
구성원들이 쓴 글의 전문성을 살리되 고객이 창을 닫는 순간을 고민해야 합니다. 도입부와 결론부에서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고객에게 '이 회사는 정말 꼼꼼하구나' 혹은 '참 인간적이구나'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품고 나가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편집의 핵심입니다.
온드미디어를 완성하는 브랜드 보이스
온드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글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를 신뢰하는 고객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AI 시대답게 양질의 글은 이미 세상에 넘쳐납니다. 하지만 '우리다운 글'은 오직 우리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이 정보를 얻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철학에 공감하는 경험을 하게 하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중심을 잡고 전체를 조율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의 블로그를 한번 찬찬히 살펴보세요. 혹시 감독 없이 선수들만 뛰고 있는 경기는 아닌가요? 개개인의 빛나는 역량이 브랜드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될 때 온드미디어는 비로소 단순한 채널을 넘어 기업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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