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일을 할 때면 유튜브를 마치 라디오처럼 켜놓는다. 주로 토크 영상을 틀어두는데, 1시간이 넘는 '핑계고'가 일하는 동안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어느 날, 핑계고를 틀어놓고 일하던 중 조세호님이 평소 시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자주 메모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듣게 됐다. 물론 개그 코드로 풀어낸 이야기였지만, 그걸 두고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놀리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감성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가볍게 웃고 넘길 대상이 되어버렸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감성적인 글을 보면 '오글거린다'며 웃어넘기거나 '선비 같다', '중2병 같다'고 얕잡아 보기 시작했다. 싸이월드 감성은 '촌스럽다'며 밀어냈고, 문학적인 감성 자체가 점점 자취를 감추어 갔다.
대신 빠른 자극을 주는 신조어나 짧은 농담들이 그 자리를 채웠고, 온라인은 물론이고 뉴스와 방송까지도 도파민만을 자극하는 말들로 가득 차 버렸다.
감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허전함만 남았다.
한때는 일상 속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무언가를 느끼기도 전에 '웃겼냐'거나 '신박했냐'는 식의 반응부터 먼저 튀어나온다.
짧고 빠르게 웃기거나 놀라게 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흐름 속에서 길게 여운을 남기는 말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생각해 보면 감성이란 것은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걸 넘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천천히 품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 감성이 사라지니까 나부터 말도 얕아지고, 생각도 얕아졌다.
특히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빨리 결론을 내리고 가볍게 소비하려는 흐름이 더 강해졌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사람 사이의 대화도, 공감도, 예전보다 훨씬 피곤해진 느낌이다.
사실 나는 소설가가 꿈이었기 때문에 감성적인 표현을 좋아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로 가독성을 핑계로 감성적인 표현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우리가 그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삼켜버릴수록 세상은 점점 더 딱딱하고 차가워졌다. 웃기기만 하고, 놀라기만 하고, 생각은 남지 않는 세상. 과연 그게 우리가 바랐던 모습일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업무 콘텐츠에서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내 스스로의 생각을 담은 글에서는 조금 더 표현해 보기로 했다. 오글거리더라도, 촌스럽더라도, 우리는 다시 감성을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설퍼도 괜찮고, 조금 진지해 보여도 괜찮으니, 마음을 담은 말들을 더 자주 건네야 한다.
감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힘이다.
말의 깊이를 만들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오래된 힘이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농담이 아니라, 더 느린 마음이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으니,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네는 것이야말로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가장 필요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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