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인턴'이라는 이름의 불확실한 노동, 바꿔야 할 점은?

Ko_Peter 2025. 8. 25. 11:04

 

취업 시장이 힘들어지면서 채용 공고에 인턴을 찾는 일이 매우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봤고, 신입이라도 이력서에 한 줄쯤은 넣어야 안심이 되죠.

 

막상 인턴을 일해 보면 기대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지만 월급은 턱없이 적고, 뭘 배울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끝나고 나면 쓰기 애매한 ‘경험’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자주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한국에서 인턴은 무슨 의미일까?

 

누구나 인턴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같은 기회를 받는 건 아닙니다. 좋은 인턴 자리는 학력이나 경력, 어학 능력처럼 소위 말하는 ‘스펙’이 높을수록 접근이 쉽습니다.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자리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기업이나 이름 있는 스타트업의 인턴십은 ‘정규직 전환형’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경쟁률이 수백 대 일까지 치솟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인턴 경험 자체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되기 쉽습니다. 단순히 일의 경험을 쌓는 게 아니라 그 인턴 경험이 어디에서 이뤄졌는지가 중요해지는 구조 때문입니다.

 

유명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면 그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는 데 유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험이 있어도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인턴십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보다는 기존의 차이를 더 고착시키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마법의 문구입니다.

 

많은 기업이 인턴 채용 공고에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실제로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습니다. 인턴십을 수료했다고 해서 곧바로 평가를 거쳐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정규직과 똑같은 책임을 지고 일하면서도, 계약 종료와 함께 아무 설명 없이 관계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험은 남지만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시 채용 시장의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턴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테스트하고 싶은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불투명한 평가, 애매한 책임, 불공정한 노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 직원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이나 피드백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하고, 평가 기준 없이 개인의 호감도나 관계에 따라 판단이 갈리기도 하니까요. 이럴 때마다 인턴은 정식 구성원도 아니고, 보호받는 훈련생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단순히 ‘경험이니까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경험이 단지 개인의 태도나 노력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인턴이 ‘소모되고 버려지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시스템을 방치하면서 ‘자기 계발’이라는 말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턴이라는 이름은 분명 ‘배움’이나 ‘성장’과 연결돼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구조 속에서 계속 반복되기만 한다면, 오히려 청년들에게는 방향 없는 대기 시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인턴을 ‘통과 의례’처럼 받아들여 왔습니다.

 

이제는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야 할 때입니다. 이 질문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