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질문에도 예의가 있다, 특히 상대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Ko_Peter 2025. 8. 25. 10:35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질문을 잘 못하는 사람’을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히 경험이 부족하거나 내용을 몰라서 그런가 싶지만, 곁에서 지켜보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들이 하는 질문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이미 설명한 내용을 다시 묻고, 핵심이 빠진 채 겉도는 방식으로 질문을 이어가며, 마치 생각 없이 말부터 꺼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더 큰 문제는 같은 질문이 되풀이된다는 점입니다.

 

질문은 모른다는 걸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시간을 빌리는 일입니다. 내가 어떤 걸 모르는지, 그게 왜 필요한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건 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일입니다.

 

단순히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내가 놓친 걸 남의 시간과 에너지로 대신 메꾸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잘한다'는 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한 번은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원고를 수정하면서 그 이유까지 설명했는데도 이후에 같은 수정 사항에 대해 왜 그렇게 고쳐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묻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맥락을 짚어 설명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돌아와 같은 내용을 또 묻습니다.

 

기록하거나 정리하려는 노력도 없이, 기억이 안 나면 다시 묻는 게 습관이 된 듯한 태도였죠. 저는 이런 식의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자기 업무를 남에게 전가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잘한다'는 건 듣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함께 쓰는 일입니다.

 

내가 정말 모르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이미 받은 설명에서 어떤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걸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묻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이런 질문은 오히려 상대에게 신뢰를 주고, 협업을 수월하게 만들어 줍니다.

 

모른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묻는 방식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질문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리하고, 상대의 설명을 듣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그 내용을 스스로 복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고도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면, 그건 비로소 의미 있는 질문이 됩니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질문을 잘한다는 건 결국, 일을 잘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던진 질문이 누군가의 시간을 아끼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