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주니어 채용’이라더니 왜 경력 10년차를 찾고 있을까?

Ko_Peter 2025. 8. 25. 11:06

 

최근 아침저녁으로 채용 공고 플랫폼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저에게 맞는 새로운 공고를 찾는 것도 있지만, 어떤 포지션을 뽑는지, 공고에 어떤 표현을 쓰는지를 보면 업계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채용 플랫폼을 살펴보다 보면, 종종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공고들이 있습니다. ‘1~2년차 주니어 채용’이라고 되어 있지만, 내용을 보면 기획부터 실행, 제작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고, 관련 도구도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개발 등 다른 팀과의 협업도 스스로 조율해야 하고, 인수인계 자료나 팀 내 매뉴얼까지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이런 요구는 보통 7~10년차 시니어가 감당할 수준입니다. 실무 경험이 충분하고, 조직 내 조율력과 판단력이 갖춰진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죠. 그런데 연차 기준만 낮춰 놓고, 그 모든 역량을 그대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고들을 보다 보면, 예전에 콘텐츠 컨설팅을 했던 한 스타트업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컨설팅 후 실제로 콘텐츠를 맡을 사람이 없어 신입을 새로 채용했는데, 그 한 사람에게 콘텐츠 기획과 제작, 퍼포먼스 관리, 유관 부서 보고까지 모두 맡겼습니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역할이 지나치게 넓고 방향도 불분명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수습 기간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려웠고, 계약도 종료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포지션의 공고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이번에도 ‘신입~2년차’를 찾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손해를 보는 건 기업입니다. 채용은 단지 한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에 적응시키고, 일을 맡기고, 실력을 발휘하게 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퇴사하거나 업무 적응에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도 이해됩니다. 인력 예산은 늘 빠듯하고, 당장 실무를 맡을 사람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바로 투입 가능한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선, ‘괜찮은 사람이 왜 안 오지?’라고 해도 해결될 리 없습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더 막막합니다. 신입으로 경력을 쌓고 싶어 지원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기대치는 터무니없이 높습니다. 경험은 부족한데 교육이나 가이드는 없고, 모든 업무를 혼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회사는 실망하고, 지원자는 자신감을 잃습니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안 좋은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기업이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 역할을 감당하려면 어느 정도의 경험과 역량이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 조직에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런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연차 기준은 흐려지고 처우는 어중간해집니다. 필요했던 사람은 못 찾고, 채용된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채용은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조직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되묻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