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회사는 최고 매출을 달성했는데, 직원들이 떠나는 이유

Ko_Peter 2026. 4. 22. 09:31

 

취업 사이트를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보이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채용 공고가 수십 개씩 올라와 있고, 심지어 몇 달째 바뀌지도 않습니다. 뉴스에서도 '역대급 실적'이니 '폭풍 성장'이니 하는 단어들이 도배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숫자를 만든 실무자들은 조용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며 탈출할 기회만 엿봅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그곳에서 직원들은 왜 조용히 짐을 싸는 걸까요?


성장이 아니라 ‘부품 교체’ 중인 상시 채용의 함정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신호는 멈추지 않는 채용 공고입니다. 보통 회사가 커지면 새로운 팀이 생기고 사람이 늘어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체 인원수는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한데 공고만 계속 올라오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건 성장이 아니라 '밑 빠진 독에 사람 붓기'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새로운 사람으로 대충 때우는 부품 교체 과정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조직에서 사람은 '함께 가는 동료'가 아니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소모품'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 부품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나가면 그가 가진 노하우와 업무의 맥락이 한꺼번에 증발합니다. 회사는 다시 뽑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 온 사람은 전임자가 왜 이렇게 일을 했는지 몰라 헤매게 됩니다.

남은 사람들은 신입을 가르치느라 자기 일을 못 하고, 업무 강도는 더 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일 좀 한다 싶은 에이스들이 가장 먼저 짐을 싸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부품 취급을 받으며 커리어를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채기 때문입니다.


나침반 없는 경영과 '내 성과'가 없는 사람들

두 번째 특징은 구성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전혀 모른 채 기계처럼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직원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진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런 회사들은 업무 방향이 수시로 바뀝니다. 어제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며 야근을 시키더니 오늘은 갑자기 다른 걸 하라고 지시합니다. 왜 바뀌었는지, 우리가 가려는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매번 새로운 '삽질'만 반복하다 보니 연차는 쌓이는데 막상 이직하려고 보면 포트폴리오에 적을 '내 성과'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내가 주도한 성과가 아니라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인 노동의 기록뿐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직장인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급격히 무너집니다. 특히 내가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 경영진의 변덕 한 번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칩니다.

이런 곳에서 매출이 잘 나오는 건 운이 정말 좋았거나 사람을 무식하게 밀어 넣은 결과물일 뿐,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 순간, 그 회사는 이미 '탈출 예정지'가 됩니다.


사람을 태워서 만든 ‘가짜 고점’과 예고된 하락

가장 위험한 건 매출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입니다. 겉으로는 축제 분위기 같지만,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사람을 연료로 태우면 일시적으로 화력은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매출 그래프가 수직으로 상승하겠죠. 하지만 연료가 다 타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핵심 인재들이 번아웃으로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면 그동안 억지로 버티던 조직의 둑이 한꺼번에 터집니다.

이때가 가장 무섭습니다. 경영진은 아직 매출이 잘 나오니까 위기인 줄 모릅니다. 오히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다'며 탓하기 바쁩니다. 정작 본인들이 사람을 태워서 매출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끝까지 외면한 채 말이죠.

진짜 실무를 굴리던 직원들이 사라진 자리는 금방 티가 납니다. 서비스에 구멍이 나고 고객 불만이 터져 나와도 내부에는 이를 수습할 기록도 노하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속도는 올라갈 때보다 훨씬 빠릅니다. 사람을 부품으로만 본 대가는 시스템, 더 나아가 조직 전체의 붕괴로 돌아옵니다.


부품이 된 직원들이 탈출을 선택하는 이유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매출 고점에서 직원들이 탈출을 고민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회사가 사람을 '함께 가는 파트너'가 아닌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으로 대했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화려한 숫자가 모든 것을 증명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숫자를 만드는 사람과 시스템이 무너진 조직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실무자들의 노하우가 쌓이지 않고 숙련된 인재들이 떠나는 고점은 성장의 정점이 아니라 붕괴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연료로 쓰는 조직의 화려한 숫자는 지속 불가능한 '가짜 성장'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