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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엔 '업계 1위', 블로그엔 '2024년 새해 인사'... 고객사가 이탈하는 순간

Ko_Peter 2026. 6. 12. 08:30

 

'IBM 제품을 사서 해고된 사람은 없다(Nobody ever got fired for buying IBM).'

이 말이 의미하는 건 IBM 제품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서 구매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적어도 그 제품을 선택했을 때 '실패해서 담당자가 책임을 지거나 해고당할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협력 업체를 고르는 일은 일반 고객이 일상에서 물건을 사는 방식과 완전히 다릅니다. 개인이 쇼핑몰에서 옷을 살 때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거나 그냥 옷장에 넣어두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B2B는 다릅니다. 내가 선택한 업체가 약속한 날짜를 맞추지 못한다면? 갑자기 소통이 두절되거나 품질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담당자 개인의 인사고과가 깎이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전체의 프로젝트가 마비되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B2B 계약의 최우선 목표는 화려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는 것'이 됩니다. '가장 뛰어난 업체를 고르는 것보다 가장 문제가 없을 업체를 고르는 것이 성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객사가 가진 이 독특한 '안전 제일' 심리는 뜻밖에도 우리가 쉽게 소홀히 하는 온드미디어 채널에서 계약 위험 신호를 찾아내곤 합니다.


미팅이 끝나면 시작되는 고객사의 검증

영업 미팅 자리에서 나누는 제안서와 발표 자료는 누구나 화려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어떤 최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과거에 얼마나 대단한 고객사들과 일했는지 보기 좋게 포장합니다.

고객사도 제안서의 내용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 섞여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팅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고객사, 특히 실무 담당자는 제안서 뒤에 숨겨진 회사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검색합니다.

이때 많이 찾아가는 곳이 바로 그 기업의 공식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온드미디어 채널입니다.

이때 고객사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대단한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이 회사가 지금 미팅에서 말한 것처럼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가?'와 같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부푼 기대를 안고 접속한 블로그의 마지막 글 날짜가 '2024년 추석 연휴 안내'나 '2025년 신년 인사'에서 멈춰 있다면 고객사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제안서에서 말하던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이라는 문구와 눈앞에 보이는 '방치된 상태'의 블로그 사이에서 실망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방치된 채널이 남기는 위험 신호

물론 블로그 운영 중단이 회사의 결격 사유는 아닙니다. 하지만 고객사 입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대외 창구조차 신경 쓰지 않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상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1) 내부 인력(리소스)이 부족한가?
'회사 소식이나 글 하나를 정기적으로 올릴 만한 직원이 없나? 혹은 그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내부 사정이 분주하고 혼란스러운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2) 고객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는 곳인가?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공식 창구도 이토록 오랫동안 내버려 두는데, 만약 우리와 계약한 뒤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렇게 피드백이 느리거나 우리를 방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듭니다.

(3) 최근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가?
기술이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업계일수록 신규 프로젝트 소식이나 최신 동향 글이 중요합니다. 소식이 끊겼다는 것은 최근에 새로운 계약을 따내지 못했거나 시장에서 다소 도태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온드미디어 운영을 위한 3가지 대안

그렇다면 이런 온드미디어 방치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매일, 혹은 매주 거창한 칼럼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고객사가 원하는 것은 '이 회사의 업무가 지금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1) '뉴스룸'이나 '공지사항' 탭 활용하기
일반적인 블로그 레이아웃은 메인 화면에 발행 날짜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글을 자주 쓰기 어렵다면, 블로그라는 이름 대신 홈페이지 내부의 '회사 소식'이나 '공지사항' 탭으로 통합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분기별 '운영 신호' 주기 만들기
한 달에 몇 번씩 글을 쓰기 어렵다면 일정을 길게 잡으세요. 3개월에 한 번씩이라도 '최근 프로젝트 완료 소식', '신규 계약 체결', 혹은 '사내 워크숍 스케치' 같은 굵직한 소식을 한 편씩만 올리는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적어도 방치하고 있다는 인상은 피할 수 있습니다.

(3) 관리하지 못할 채널은 과감히 정리하기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하단에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아이콘을 걸어두었는데, 막상 클릭해 들어가 보니 몇 년 전 게시물이 마지막이라면 차라리 링크를 연결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특히 여러 개를 운영할 여력이 없다면 방치된 채널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링크를 숨겨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B2B 기업의 온드미디어는 신뢰의 '안전장치'

B2B 비즈니스에서 신뢰를 쌓는 데는 몇 달, 몇 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화려한 제안서와 멋진 미팅으로 고객사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겼더라도,무심히 방치한 온드미디어 채널 때문에 불필요한 감점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거창한 콘텐츠를 매주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분기에 한 번씩이라도 글을 올리는 ‘최소한의 마케팅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려한 세일즈 제안서 뒤편에서 고객사의 불안을 안심으로 바꾸는 작은 관리가 B2B 온드미디어가 가진 진짜 힘이자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