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오늘 작성한 기획서나 마케팅 문구에 '유저(User)'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쓰셨나요?
저도 예전에는 '유저들의 반응을 봐야 한다', '유저를 더 모아야 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IT 회사나 마케팅 업계에서 유저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전문적인 용어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제 모든 글에서 '유저'라는 단어를 지우고 있습니다. 대신 '고객'이라는 말을 씁니다.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제 글의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유저'라는 단어가 지닌 차가운 느낌
'유저'라는 말은 어떤 기능이나 시스템을 '사용하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나 기획자들에게 유저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합니다.
버튼이 잘 눌리는지, 화면이 멈추지 않고 잘 넘어가는지 확인하려면 '기능을 쓰는 사람'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마케터나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을 자꾸 유저라고 부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하나의 '숫자'나 '데이터'로만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를 볼 때 '조회수가 얼마나 나왔지?', '클릭을 몇 번이나 했지?', '우리 앱에 몇 분 동안 머물렀지?'같은 고민을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유저입니다.
마케터의 진짜 역할은 단순히 트래픽을 모으는 숫자의 싸움이 아닙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수치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놓치게 됩니다.
'고객'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무게감
제가 생각하는 '고객'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우리를 선택해 준 사람입니다. 상대방의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마음가짐이 바로 '고객'이라는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가령, 오프라인 가게 주인이 손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점이 불편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유도 그들을 고객으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 유저 대신 고객이라는 말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을 단순히 화면을 클릭하는 유저로 생각하면 어떻게든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조회수만 높이려는 '낚시성 글'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을 나의 소중한 고객이라고 정의하면 글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이 글이 이 사람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진 않을까?', '이 내용이 정말 이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그 결과, 자극적인 표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하나라도 더 유익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글을 다듬게 됩니다.
언어가 바꾸는 마케터의 시선
우리가 평소에 쓰는 용어는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합니다. 사소한 단어 선택 하나가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기도 하고, 반대로 넓혀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터나 글을 쓰는 사람이 유저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으면, 자꾸 편하고 쉬운 길만 찾게 됩니다.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는 그래프와 숫자만 보면서 '이번 달에는 유저가 많이 늘었네'하고 만족해버립니다.
하지만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진짜 우리 서비스를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잠시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실망하고 떠나가는 중일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글에서 유저 대신 고객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 안일해지지 않기 위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한 번 더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지금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을 때 불편하지는 않을까?'
'중학생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순간,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유익한 내용으로 글이 채워집니다
글자 몇 개를 고쳐 쓰는 진짜 이유
물론 상황에 따라 유저라는 단어가 더 정확할 때도 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 오류를 고치거나 앱의 메뉴 위치를 바꿀 때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야 하므로 유저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하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의 팬을 만들고, 진심을 전해야 하는 순간에는 유저라는 단어를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은 아주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사람을 숫자로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나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손님으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가치를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저는 앞으로도 제 기획서와 글 속에서 '유저'라는 말을 집요하게 지워나갈 생각입니다. '유저'라는 익숙한 단어 뒤에 숨어 유입률만 높이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일종의 직업적 고집인 셈입니다.
화면 너머의 사람을 숫자가 아닌 고객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콘텐츠를 채우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의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제가 글자 몇 개를 고쳐 쓰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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