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없다면? 당신은 지금 엉뚱한 핀을 치고 있다

Ko_Peter 2026. 1. 18. 09:00

볼링 킹핀

 

많은 스타트업을 다니며, 마음이 아픈 순간들이 있습니다. 모든 팀원이 진심을 다해 일하고, 리더는 밤잠을 설쳐가며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데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때입니다.

지표는 제자리걸음인데 나가는 돈은 계속 늘어나고, 팀원들은 해결되지 않는 갈등과 피로감에 지쳐갑니다. 이때 대부분은 더 강력한 '관리'를 선택합니다. 보고 단계를 늘리고, 체크리스트를 빽빽하게 만들고, 담당자를 더 강하게 압박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공을 던져도 쓰러지지 않는 위치의 볼링 핀을 향해 계속해서 엉뚱한 공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5번 핀, '킹핀'

볼링에는 '킹핀'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5번 핀'을 말합니다. 이 핀을 정확히 맞추면 나머지 핀들은 도미노처럼 줄지어 쓰러집니다. 반대로 킹핀을 건드리지 못하면 아무리 세게 공을 던져도 서너 개의 핀은 꼭 남게 됩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 사이에는 그것 하나만 제대로 해결하면 나머지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킹핀'이 반드시 숨어 있습니다. 일 잘하는 리더와 조직은 무작정 달리기 전에 이 킹핀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당시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관리는 전혀 안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매달 예산을 훌쩍 넘겼지만, 정작 나온 결과물은 수준 이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외부 필진들과의 소통이 매일 전쟁 같았습니다. 마감 기한은 어기기 일쑤였고, 내부 담당자들은 작가들의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고치느라 매일 밤을 지새웠습니다. 쏟아붓는 노력에 비해 나오는 결과는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처음에 회사가 내놓은 해결책은 '엉뚱한 핀' 때리기였습니다. 그들은 이 문제의 원인을 '사람' 탓으로 돌렸습니다. 실력 있는 작가를 새로 뽑고, 내부 직원들을 교육하며, 작가별 성과를 수치로 만들어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죠. 비용은 사람을 더 쓰느라 오히려 늘어났고, 유능한 작가들은 사사건건 간섭한다며 떠나갔습니다. 내부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완전히 지쳐버렸습니다.

저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 꼬여버린 실타래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처음부터 추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혼란의 진짜 원인인 '킹핀'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사업 초기에 맺었던 '작가 계약서'가 구멍투성이였다는 사실입니다.


킹핀 하나를 쓰러뜨리자 도미노처럼 풀린 문제들

조사 결과, 그들이 쓰던 계약서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을 대충 고친 문서에 불과했습니다. 계약서 어디에도 수정 요청을 몇 번까지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고, 어떤 상태가 '수준 미달'인지에 대한 기준도 없었습니다.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일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했습니다.

기반이 되는 계약이 흔들리니 그 위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기준이 모호하니 작가는 최소한의 노력만 해서 원고를 넘겼고, 담당자의 정당한 수정 요청을 '부당한 간섭'이나 '공짜 노동'으로 오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하고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회사의 손해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즉시 '계약의 구조'라는 킹핀을 정조준했습니다.

단순히 글을 사 오는 계약이 아니라 일하는 단계마다 서로 확인하고 승인하는 '협업 과정 중심'의 계약으로 완전히 바꿨습니다.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만들고, 서로의 책임 범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계약 내용이 명확해지자마자 그토록 우리를 힘들게 했던 불필요한 다툼이 80% 이상 사라졌습니다. 작가님들은 자기가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 정확히 알게 되었고, 담당자는 감정이 아닌 명확한 '기준'으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작업하는 일이 줄어드니 비용은 저절로 줄었고, 콘텐츠의 질은 오히려 이전보다 좋아졌습니다. 사람을 바꾸거나 복잡한 시스템을 들여오지 않고도, 오직 킹핀 하나를 제대로 고침으로써 얻어낸 결과였습니다.


눈앞의 불을 끄기보다 판 전체를 읽어야 하는 이유

지금 우리 조직이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치고 있는 핀이 진짜 '킹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다음 세 가지 질문이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첫째, 눈에 보이는 '현상'만 고치고 있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를 보고 있는가?
둘째, 지금 당장 아픈 곳이 아니라 그 아픔이 시작된 '첫 번째 단추'는 어디인가?
셋째, 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다른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가?

진정한 리더의 가치는 수많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이렇듯 '이것이 진짜 핵심이다'라고 짚어내는 눈에서 증명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앞장서서 공을 던지는 사람만이 훌륭한 리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문제 정의가 잘못되면 그 이후에 들어가는 모든 노력과 비용은 버려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킹핀을 찾는 과정 역시 지루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을 끄지 않고 판 전체를 읽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 인내 끝에 킹핀을 발견하고 쓰러뜨리는 순간, 조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를 정의하는 데 쓰여야 하는 리더의 시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쏟는 노력은 때로 팀 전체를 번아웃으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팀의 성장을 가로막는 단 하나의 핵심 고리, '킹핀'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진짜 '킹핀'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리더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본질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풀리지 않는 킹핀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고민을 나누어 주셔도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 쉽고 명확한 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