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퍼포먼스냐 콘텐츠냐, 정답은 회사의 '우선 순위'에 있다

Ko_Peter 2026. 1. 29. 10:49

퍼포먼스 마케팅 vs 콘텐츠 마케팅

 

지난 글에서 한 명의 마케터에게 퍼포먼스와 콘텐츠 마케팅을 모두 맡기는 일이 위험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나 작은 팀에서는 현실적으로 한 명의 마케터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비즈니스에서 현재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마케팅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제품이 팔리는 구조에 적합한 사람을 먼저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선택의 기준을 비즈니스 환경과 직무의 특성에 맞춰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1. 퍼포먼스 마케터를 먼저 뽑아야 하는 상황

퍼포먼스 마케터는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체를 최적화하여 즉각적인 구매 전환을 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직무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퍼포먼스 마케터를 먼저 채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첫째, 고객이 이미 제품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목적 구매' 시장일 때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용품이나 소모품처럼 고객이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서 유입되는 비중이 높다면, 브랜드의 철학을 설명하기보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하고 클릭 효율을 높이는 기술적 접근이 우선입니다.

둘째, 단기적인 매출 성과가 생존과 직결된 상황일 때입니다. 투입한 광고비 대비 매출(ROI)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빠르게 자금을 회전시켜야 하는 커머스 모델이라면 숫자를 관리하고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정교한 타겟팅을 통해 잠재 고객을 결제 페이지로 데려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셋째, 제품의 기능이 매우 직관적일 때입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 이미지나 짧은 영상만으로도 용도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복잡한 메시지 기획보다는 타겟 고객에게 최대한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노출하는 매체 운영 역량이 성장을 견인합니다.


2. 콘텐츠 마케터를 먼저 뽑아야 하는 상황

콘텐츠 마케터는 글, 이미지, 영상 등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직무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콘텐츠 마케터 채용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첫째, 시장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을 제안할 때입니다. 고객이 제품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상태라면, 광고비를 써서 노출하기 전에 '이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부터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개념을 정의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기획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집행해도 고객의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고객의 의사결정 과정이 긴 '고관여 제품'을 팔 때입니다. 고가의 장비, B2B 솔루션, 전문적인 서비스 등은 광고 클릭 한 번으로 구매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객이 고민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정보성 콘텐츠를 제공하여 '이곳은 믿을만하다'는 확신을 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셋째, 브랜드의 '차별성' 자체가 생존 전략일 때입니다. 기능적으로 유사한 제품이 많은 시장에서 우리만의 관점이나 스타일로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때 마케터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브랜드의 자산을 쌓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3. 잘못된 채용이 초래하는 기회비용

많은 기업이 이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운영 가능한 인원'을 채우는 데 급급합니다. 하지만 우리 비즈니스 결에 맞지 않는 마케터를 1순위로 채용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큽니다.

만약 설득이 필요한 제품인데 퍼포먼스 마케터를 먼저 뽑는다면, 회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광고 지출을 경험하게 됩니다. 콘텐츠의 힘이 부족한 상태에서 광고 기술로만 승부하려다 보니 유입은 되지만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고착화됩니다. 마케터는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광고 소재에만 매달리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즉각적인 효율이 중요한 시장에서 콘텐츠 마케터만 뽑는다면, 성장의 속도가 너무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타겟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조직 내부의 만족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대신 감에 의존한 기획이 반복되면서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4. 서로에게 부족한 '반쪽'을 메우는 방법

누구를 뽑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채용된 마케터의 부족한 부분을 조직이 어떻게 보완해 주느냐'입니다. 한 명의 마케터가 모든 영역에서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를 먼저 뽑았다면, 경영진이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와 비주얼 가이드를 명확히 정리해 주어야 합니다. 기획의 뼈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리더가 중심을 잡고, 복잡한 디자인이나 영상 제작은 외부 프리랜서를 활용하여 마케터가 데이터 분석과 매체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콘텐츠 마케터를 먼저 뽑았다면, 광고 운영의 기술적인 부분은 대행사에 맡기거나 자동화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마케터가 숫자와 로직에 매몰되어 창의적인 기획력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동시에 마케터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어떤 데이터 성과를 내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표 읽는 법을 학습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성장의 다음 단계를 위한 로드맵

초기 스타트업에서 1인 마케터 채용은 '우리 비즈니스의 병목 현상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유입이 문제라면 퍼포먼스 마케터가, 전환 혹은 신뢰가 문제라면 콘텐츠 마케터가 정답입니다.

첫 번째 마케터가 자기 영역에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고 나면, 그때 비로소 나머지 한 축을 담당할 전문가를 채용하여 시너지를 내야 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조직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마케터 한 명을 채용하는 것은 단순히 업무를 배분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회사에 가장 필요한 것이 '효율적인 배달'인지 아니면 '단단한 설득'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십시오. 그 판단이 채용 실패의 확률을 낮추고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