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략

정보 과잉 시대, 콘텐츠 마케터의 생존 무기 '큐레이션'

Ko_Peter 2025. 11. 30. 12:16

 

지난 글에서 우리는 콘텐츠 속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눈, 즉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잘 만든 콘텐츠인지를 넘어, 이것이 대중에게 어떤 사회적 의미로 읽힐지 간파하는 능력이야말로 브랜드의 리스크를 막아주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비만 잘해서는 경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리터러시가 맥락을 읽어 위험을 막는 방패라면, 우리에게는 그 맥락을 엮어 성과를 만들어낼 날카로운 창 '큐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마케터가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큐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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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보 과잉의 시대입니다. 검색창에 키워드 하나만 넣어도 몇 초 만에 수십 개의 문서가 쏟아집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소음이 되어 고객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이제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대상은 정보를 단순히 생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 방대한 정보 더미 속에서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딱 이 3가지입니다'라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해 주는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합니다.

그렇다면 AI가 하는 단순 요약과 마케터만이 할 수 있는 큐레이션은 무엇이 다를까요? 핵심은 정보의 물리적 압축이 아니라 정보에 자신만의 관점을 더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글을 모아봤어요'는 큐레이션이 아닙니다. 그것은 스크랩에 불과합니다. 돈이 되고 성과가 되는 큐레이션에는 에디터의 치열한 고민과 안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최소한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고객의 언어로 설명하기
진정한 큐레이션은 어려운 정보를 고객의 언어로 잘 번역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딱딱한 정치, 경제 기사를 단순히 분량만 줄여서 보내지 않습니다. 대신 '이게 왜 문제냐면' 혹은 '그래서 결론은 이거야'라며 마치 친구가 옆에서 말해주듯 말랑한 일상 언어로 번역해서 전달합니다.

전문가들이 쓰는 업계 용어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해석해 주는 친절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장벽을 쉽게 허무는 능력이 바로 큐레이터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입니다.

둘째,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맥락 만들기
정보 그 자체는 단순한 점에 불과합니다. 뛰어난 큐레이터는 이 흩어진 점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선을 그려냅니다.

매년 출판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보면,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산발적인 현상들에 주목합니다. 10대들이 낡은 LP판을 사 모으고, 직장인들이 허름하고 투박한 노포 맛집을 찾아다니는 현상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유행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흩어진 현상들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연결고리를 찾아냅니다. AI 기술이 정점에 달해 모든 것이 쉽게 생성되는 가짜의 시대에 사람들이 오히려 투박하더라도 본질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근본이즘'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엮어냈습니다.

단순히 '요즘 복고가 유행이다'라고 말하는 건 정보 전달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결핍된 근본을 찾으려는 대중의 욕망'을 읽어내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통찰력입니다. AI는 A와 B라는 데이터를 찾을 순 있어도, A와 B 사이의 미묘한 사회적 맥락을 읽어 연결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셋째,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기
마지막으로 큐레이션은 고객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아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고객들은 단순히 정보가 많은 것을 넘어, 선택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소위 '햄릿 증후군'이라 불릴 만큼 무엇 하나 쉽게 고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쇼핑몰에서 캠핑 의자 하나를 사려고 해도 수백 개의 상품과 수천 개의 리뷰를 비교하느라 몇 시간을 허비합니다. 이때 마케터가 단순히 '우리 제품은 기능이 10가지나 됩니다'라고 나열하는 건 고객의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꼴입니다.

하지만 뛰어난 큐레이터는 다릅니다. 그들은 방대한 정보를 대신 검토한 뒤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최적의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캠핑 의자 검색하느라 지치셨죠? 30개 제품을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가성비를 원하면 A, 감성을 원하면 B를 선택하세요. 딱 정해 드립니다.'

고객이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판매자가 대신 소모해서 선택지 중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지 과감하게 골라주는 선별력이야말로 좋은 큐레이션의 조건입니다. 그리고 고객은 자신의 시간을 아껴준 그 브랜드에 고마움을 느끼고 지갑을 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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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단 몇 초 만에 그럴듯한 글을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정보가 흔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안목이 담긴 편집본은 더 비싼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그저 쏟아지는 정보를 나르는 배달 기사인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엄선해 최상의 코스 요리를 내놓는 셰프인가?'

리터러시라는 방패로 브랜드를 지키고, 큐레이션이라는 창으로 새로운 성과를 뚫어내십시오. 정보를 나열하지 말고, 관점을 파십시오. 콘텐츠 마케터의 미래는 더 많이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탁월하게 골라내는 사람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