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포괄임금제, 스타트업을 망치는 가장 오래된 함정

Ko_Peter 2025. 8. 25. 11:15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포괄임금제부터 없애야 합니다.

 

요즘 스타트업은 입을 모아 ‘자율’, ‘수평’,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포괄임금제라는 낡은 틀 안에서 사람을 소모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포괄임금제는 기본급 안에 야근과 주말 근무를 모두 포함시켜, 아무리 추가로 일해도 별도로 보상받을 수 없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일하는 시간을 아무리 늘려도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정된 임금과 점점 쌓여가는 피로뿐입니다.

 

원래 포괄임금제는 불규칙하고 예측이 어려운 업무를 맡은 직군에서 추가 근로 수당을 따로 계산하기 어려울 때 한시적으로 허용된 제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직군에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편법처럼 변질되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명목으로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상황을 단기적으로 편하게 넘기려는 착각일 뿐입니다.

 

포괄임금제는 조직의 신뢰를 해칩니다. 겉으로는 ‘자율’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묵묵히 더 일하기를 요구하는 모순은 구성원에게 실망과 불신만 남깁니다.

 

처음에는 성장에 대한 열정으로 버틸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존중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좋은 인재는 떠나고, 남은 사람도 점점 소진됩니다.

 

빠른 속도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빠르다고 해서 모두가 지치고 탈진하는 구조를 당연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속도는 다릅니다.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꾸준히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루 이틀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도, 몇 달, 몇 년을 그렇게 버틸 수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이 진짜로 오래 가고 싶다면, 눈앞의 속도보다 사람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은 포괄임금제를 없애거나 주 40시간 이내의 정상 근무를 지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명확한 목표와 책임만 부여해 시간 안에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곳들입니다.

 

조직이 일을 제대로 설계하면, 굳이 시간을 갈아 넣지 않아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믿고,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쪽이 결국 더 빠르고, 더 오래 갑니다.

 

포괄임금제를 없애는 것은 단순히 제도를 하나 고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을 존중하는 조직이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일입니다. 합리적인 근로 시간과 명확한 보상 체계를 갖춰야 구성원이 진짜로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도 살고, 조직도 오래갑니다.

 

스타트업이 문화를 말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묻고 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은 말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로 보여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