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비비고 만두는 왜 사과했을까?

Ko_Peter 2025. 8. 25. 11:01

 

요즘 기업들이 유행하는 밈을 빠르게 활용해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자주 합니다. 특히 X(트위터) 같은 채널에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만을 쫓아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비비고 만두가 겪은 논란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비고는 얼마 전 공식 X 계정을 통해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 속 캐릭터는 다소 과장된 엉덩이 춤을 추고 있었고, 이는 일부 인터넷 방송에서 유행하던 이른바 ‘터미널 춤’을 연상시켰습니다. 단순히 웃기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 춤이 담고 있는 맥락이었습니다. 해당 춤은 특정 여성 스트리머들이 사용하면서 성적 대상화 논란이 있었던 콘텐츠였습니다.

 

비비고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미 영상은 퍼질 대로 퍼졌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정말 가족이 함께 먹는 브랜드가 쓸 만한 콘텐츠인가?’라는 의문이 확산됐습니다.

 

브랜드 마케터가 이 사건에서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합니다. '밈보다 앞서야 할 것은 브랜드의 신뢰'입니다.

 

1️⃣ 밈은 맥락을 가립니다, 브랜드는 맥락을 밝혀야 합니다

밈은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브랜드는 그 맥락을 해석하고 책임지는 입장에 있습니다. 밈이 어떤 문화권, 어떤 커뮤니티에서 비롯됐는지 모른 채 활용하면, 브랜드는 의도치 않게 왜곡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그냥 웃기려고 했던 것뿐인데요’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2️⃣ 소셜 미디어의 속도는 브랜드 인식보다 더 빠릅니다

X는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른 채널이라 많은 브랜드가 이를 마케팅 창구로 활용합니다. 그러나 유쾌함을 위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단순한 ‘논란’을 넘어섭니다. 정보의 습득이 빠르기에 많은 소비자가 콘텐츠의 출처와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브랜드가 실수하면 즉각 피드백을 던집니다. 그 반응은 스크린샷이나 아카이브를 통해 오래 남습니다.

 

3️⃣ ‘재미’는 전략이 될 수 있지만, ‘경솔함’은 실수일 뿐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면서 ‘친근한 말투’, ‘유행하는 표현’, ‘가벼운 장난’ 등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는 전략의 틀 안에서만 유효합니다. 브랜드 정체성과 맞지 않는 표현을 썼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판단력 부족입니다. 비비고가 만든 콘텐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만두 브랜드로서 가져야 할 품격, 즉 ‘가족 모두가 즐겨 먹는 제품’이 희화화된 춤 안에 과연 담겨 있었을까요?

 

제가 여러 콘텐츠를 통해 거듭 강조하지만, 한 기업의 브랜드를 책임지는 마케터라면 밈을 쫓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이 있습니다.

 

⛔ 이 밈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는가?

⛔ 우리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 가치, 철학과 충돌하지는 않는가?

⛔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이 콘텐츠를 보고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 단기적인 주목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해치지는 않는가?

 

이번 비비고 사례는 브랜드가 밈을 활용할 때 어디까지 고민해야 하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비비고의 사과는 단순히 영상을 삭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미 X 사용자들에게는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밈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만큼, 사용하고 싶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친해지는’ 게 아니라, ‘신뢰받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뢰는 유행보다 오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