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략

레퍼런스가 없는 초기 팀이 첫 번째 B2B 계약을 따내는 법

Ko_Peter 2026. 2. 23. 08:00

 

최근 올린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시간 나실 때 초기 팀(레퍼런스가 1도 없는) 관련 글도 궁금합니다 ㅎㅎ"

이 문장을 보자마자 가슴 한구석이 찡했습니다. '레퍼런스 1도 없는'이라는 표현에 담긴 그 막막함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하며, '그래서 이걸 도입하면 글에 있는 대로 성과가 나긴 해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입술을 깨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콘텐츠 담당자로서 매일 글의 한계를 마주했습니다. 성과 지표라는 증거 없이 오직 텍스트로만 신뢰를 쌓는 일이 가능할지 자문하곤 했죠. 인지도 없는 우리의 제안이 '스팸'이 아닌 '기회'로 읽히려면 어떤 언어를 선택해야 할지 밤새 고민했습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레퍼런스가 부족한 초기 팀이 시장에 제안해야 할 가치는 '이미 일어난 결과'가 아닌 '앞으로 만들어낼 확신'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확신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레퍼런스를 이기는 '문제 정의'의 기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기업의 B2B 콘텐츠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단골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고객 성공 사례'입니다. 'A사의 매출을 30% 개선했다'는 식의 검증된 결과치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내놓을 성적표가 없는 초기 팀이라면, 결과가 아닌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초기 팀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전문성은 고객이 겪고 있는 현상 이면에 숨겨진 진짜 원인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고통을 그들보다 더 잘 설명해 보세요. 가령, '사장님, 지금 매출이 안 나오는 건 광고 때문이 아닙니다. 결제 페이지의 불편함 때문에 고객의 70%가 이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날카로운 진단을 내놓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아픈 곳을 정확히 짚어주는 사람에게 본능적인 신뢰를 느낍니다. 증상만 묻는 의사보다 진찰하자마자 '어제부터 배가 콕콕 쑤시고 소화가 안 되셨죠?'라며 내 상태를 먼저 알아맞히는 의사를 더 믿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핵심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랑하기 전에 '당신이 왜 힘든지'를 먼저 증명하는 것입니다.


✔️ 조직의 역사는 짧아도, 문제 해결은 가장 빠른 팀

'저희는 이제 막 3개월 된 스타트업입니다'라는 말은 정직할지는 몰라도 고객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입니다. 이때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회사의 물리적 나이 대신,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밀도 높은 시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업력은 3개월일지 모르지만, 이 솔루션을 설계한 리더는 지난 10년간 대형 커머스의 결제 로직을 구축해온 전문가이며, 마케터는 수십 개의 브랜드를 0에서 1로 성장시킨 베테랑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죠.

만약 멤버들조차 연차가 짧다면, 경력의 숫자 대신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과 속도'를 강조하세요. '우리는 당신을 수많은 클라이언트 중 하나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걸고 당신의 성공에 모든 화력을 쏟아부을 유일한 팀'이라는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B2B 고객은 무생물적인 서류가 아니라 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줄 '사람'과 계약합니다. 조직의 짧은 연혁이라는 약점을 멤버들의 노하우나 압도적인 실행력으로 치환하세요. '조직의 역사는 짧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는 가장 빠르다'는 메시지는 초기 팀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됩니다.


✔️ 구매자를 '공동 파트너'로 초대하는 언어의 기술

B2B 비즈니스에서 누군가의 '첫 번째 고객'이 된다는 건 고객 입장에서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이때 콘텐츠 마케터는 단순히 '제품이 좋으니 사달라'는 무책임한 호소 대신, 고객의 불안을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특권'으로 바꾸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제품의 유전자에 직접 이식할 단 한 곳의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귀사의 요구사항이 곧 우리 제품의 로드맵이 되는 경험, 즉 귀사만을 위해 최적화된 '전용 인프라'를 우리와 함께 설계해 나가는 과정을 제안합니다."

마케터는 고객이 '아직 검증은 안 됐지만, 이 정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제품에 대한 영향력이라면 기꺼이 베팅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첫 번째 고객은 단순한 매출원이 아니라 우리 솔루션이 시장에서 증명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성공의 지지대'입니다.


✔️ 고객의 불안을 압도하는 데이터의 힘

레퍼런스가 '안전함'을 준다면, 그것이 없는 팀은 '논리적 필연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실제 사례가 부족하다면 정교한 시뮬레이션이나 글로벌 벤치마크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동일 조건으로 테스트한 결과, 기존 대비 40% 이상의 리소스 절감 효과를 확인했습니다'와 같은 데이터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강력합니다. 고객의 본능적인 불안을 압도적인 논리로 상쇄하는 것, 그것이 시장의 신뢰를 획득하는 가장 확실한 경로이자 열쇠입니다.


🔰 모든 계약의 종착지는 '고객의 불안 해소'

B2B 마케팅의 본질은 화려한 수사가 아닙니다. 실무자가 이 제품을 도입했을 때 상사에게 꾸중을 듣지는 않을지, 회사의 예산을 낭비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그 '불안감'을 없애주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화려한 성적표는 없을지라도 누구보다 고객의 문제를 깊게 고민하는 진정성과 날카로운 논리만 있다면 첫 번째 문은 반드시 열립니다.

이 글이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 모든 초기 팀에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오늘 흘린 땀방울은 머지않아 누군가에게 가장 부러운 '과거의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