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처음 글을 쓰려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일단 무엇이든 써서 올려라'는 말입니다. 완벽을 기하다가 한 글자도 못 쓰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기록하며 독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늘기 때문입니다.
개인 블로그나 SNS에서 발행하는 글은 그 사람의 성장 기록이 되고, 때로는 조금 서툰 모습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독자가 실수를 발견하더라도 '이 사람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구나'라며 너그럽게 넘어가 줄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언을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나 뉴스레터, SNS 채널 등 온드미디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온드미디어는 단순히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라 그 회사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온라인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글쓰기가 '나'를 드러내는 연습이라면, 온드미디어의 글쓰기는 브랜드의 신뢰를 쌓는 공식적인 행위입니다. 그래서 온드미디어 콘텐츠를 발행할 때는 개인의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고민과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얼굴을 만드는 일, 온드미디어의 책임
온드미디어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는 그 회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수준을 대변합니다. 고객은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의 느낌, 사용된 이미지의 퀄리티, 심지어 오타 하나에서도 그 기업의 문화를 읽어냅니다.
만약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콘텐츠가 불쑥 올라온다면, 고객은 글쓴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는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즉, 콘텐츠의 실수가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 타격으로 직결되는 셈입니다.
특히 기업의 복지나 사내 문화를 홍보하는 콘텐츠를 다룰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 많은 기업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우리 회사가 얼마나 일하기 좋은 곳인지, 분위기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알리는 글을 씁니다.
이런 콘텐츠의 목적은 잠재적인 지원자나 고객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서 혹은 발행 주기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글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고객의 입에서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이게 뭐야?'라는 반응은 단순히 내용이 재미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글의 맥락이 회사의 실제 모습과 동떨어져 보이거나 억지로 유행을 따라 하려다 어색해졌을 때,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내용이 불분명할 때 당혹감을 느낍니다.
복지나 문화를 자랑하는 글에서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그 결과는 콘텐츠를 아예 올리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참혹합니다. 공들여 쌓아온 회사의 진정성이 순식간에 '보여주기식 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는 실제론 안 그런데 글만 번지르르하네'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 콘텐츠는 외부 홍보 효과는커녕 내부 결속력을 해치는 독이 됩니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 글은 이미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온드미디어 콘텐츠는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여러 번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글이 우리 회사의 톤앤매너와 맞는가?', '우리가 전달하려는 핵심 가치가 왜곡되지 않았는가?', '혹시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개인의 글은 발행 후에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지만, 회사의 글은 발행되는 그 찰나에 이미 하나의 완성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숫자에 매몰되어 잃어버리는 본질
사실 실무자가 발행 버튼의 무게를 잊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숫자'에 대한 압박 때문입니다. 매주 몇 건, 매달 몇 건이라는 발행 수치가 곧 성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담당자는 질보다 양에 집착하게 됩니다.
'일단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독자의 눈이 아닌 관리자의 눈에 드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결국 이는 브랜드의 색깔을 흐릿하게 만드는 주범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한 번 발행된 디지털 콘텐츠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박제'된다는 점입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위치하거나 누군가의 아카이브에 남은 한 편의 부실한 글은 나중에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들여도 닦아내기 힘든 브랜드의 얼룩이 됩니다.
수많은 평범한 글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관통하는 단 한 편의 밀도 높은 글이 수만 명의 잠재 고객에게 훨씬 더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무엇보다단기적인 수치는 보고서에 기록되지만, 망가진 브랜드 이미지는 고객의 기억에 기록됩니다.
때로는 쓰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온드미디어 운영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화려한 글솜씨 이전에 '신중함'입니다. 또한, 콘텐츠를 많이 발행하는 것보다 발행된 콘텐츠가 브랜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글이라도 충분히 고민되지 않았고,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하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보낸 어설픈 홍보 글은 잠재 고객을 멀어지게 하고, 회사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뿐입니다. '안 쓰느니만 못하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온드미디어는 회사의 얼굴이자, 고객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접점입니다. 글 한 편, 문장 하나가 기업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질 때 비로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생깁니다.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객의 눈으로 글을 읽어보십시오. 만약 조금이라도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 망설임이야말로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운영자의 소중한 직관일 것입니다. 정성스럽게 갈고닦은 글만이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빛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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