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략

피드를 가득 채운 공포 마케팅의 한계

Ko_Peter 2026. 7. 13. 16:35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가던 길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화면을 넘기던 손가락이 문득 멈춰 섰습니다. 피드를 가득 채운 문장들이 갑자기 무겁고 피로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이 멈춰 선 화면에는 '아직도 이 방법을 쓰지 않으시나요?', '이 흐름을 놓치면 당장 도태됩니다'와 같은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자극하는 문장들이었습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글을 매일 쓰는 저조차도 그런 글을 매일 마주하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유익함을 느끼기도 전에 조용히 ‘관심 없음’ 버튼을 누르며 피해 가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고 켠 화면에서 매번 알 수 없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마주해야 하는 일상은 생각보다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고객 유입을 만들기 위한 이러한 공포 마케팅이 도리어 고객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클릭률은 치솟는데 왜 고객은 바로 나가버릴까?

사실 대시보드를 열어보면 왜 이런 공포 마케팅에 매달리게 되는지 이유가 너무나 명확합니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정보의 격차를 강조하는 마케팅은 당장 눈에 보이는 클릭률(CTR)과 페이지 오픈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다급하게 만들수록 지표의 그래프는 가파르게 우상향을 그립니다. 숫자가 즉각적으로 움직이니 내가 일을 잘하고 있으며 캠페인이 성공 궤도에 올랐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은 조금 다릅니다.

초조한 마음에 등 떠밀려 들어온 방문자들의 체류 시간은 이상할 정도로 짧고, 이탈률은 유독 높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막상 마주한 본문의 알맹이가 빈약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공포를 자극했던 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고객은 페이지를 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조용히 접습니다.

공포를 자극해 고객 유입은 늘어났는데, 브랜드의 신뢰는 깎여 나가는 문제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눈앞의 달콤한 지표에 취해 정작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우리 손으로 무너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공포 조장보다 강력한 '솔직한 고백의 힘'

최근 시장에서 작지만 단단한 팬덤을 만들어가는 브랜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결코 완벽함을 가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가진 명확한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거나 이번 시즌 마케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성공과 실패의 기록을 담담하게 공유합니다.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패하며 배운 3가지'라거나 '우리 제품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한계'처럼 날것의 회고를 콘텐츠로 전면에 내세우는 식입니다.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더 부풀릴지 고민하는 대신, 고객에게 있는 그대로의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일회성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이런 투명함을 가질 수 없습니다. 공포를 자극해 당장 결제하게 만드는 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좋아 보여도 중장기적으로는 힘이 약해집니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솔직하게 소통하며 우리 편을 만드는 마케팅이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진짜 브랜딩입니다.


트래픽의 유혹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

단기적인 트래픽을 보장하는 자극적인 후킹의 유혹과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싶은 브랜드의 담백한 톤앤매너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당장 다음 주의 보고서에 찍힐 숫자 때문에 담백함을 선택하기란 무척 두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유입률이 잠시 주춤하더라도 알맹이 있는 소통을 지향하는 태도는 단기 성과주의 시장에서 외로운 싸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콘텐츠로 브랜드의 성장을 만드는 마케터라면 고객의 마음속에 피로를 심어 브랜드를 멀리하게 만드는 일만큼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세상에 내놓은 콘텐츠가 고객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주었는지, 아니면 나만 모른다는 소외감과 피로를 안겨주었는지 차분히 돌아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