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략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준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Ko_Peter 2026. 10. 6. 22:52

 

잘나가던 회사 블로그가 담당자가 바뀐 뒤 갑자기 재미없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글의 흐름이 밋밋해지더니 어느 순간 예전만큼 읽히지 않습니다. 다루는 주제도 비슷하고 발행 주기도 그대로인데 고객이 느끼는 콘텐츠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새로운 담당자의 역량만을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어떤 형식으로 발행하는지 등 콘텐츠 가이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콘텐츠가 달라지는 이유는 같은 가이드를 보고도 콘텐츠를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1. 콘텐츠 가이드만으로는 부족하다

콘텐츠 가이드는 필요합니다. 회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고객에게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 것인지, 콘텐츠를 어떤 형식으로 만들 것인지 정해두면 콘텐츠를 일정한 방향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만으로 모든 것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순간에는 문서에 적기 어려운 선택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어디까지 포함해야 할까요? 담당자는 회사의 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내용만 다룰지, 서비스와 관련은 있지만 당장 구매와 연결되지 않는 정보까지 다룰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판단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담당자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면서 어떤 주제에 고객이 반응하는지, 어떤 표현이 회사와 어울리는지, 무엇을 넣는 것보다 무엇을 빼는 것이 중요한지를 경험으로 익힙니다.

처음에는 각각의 작은 선택이지만, 이런 판단이 반복되면서 콘텐츠를 보는 자기만의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보통 좋은 콘텐츠는 정해진 가이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쌓아온 이런 판단의 기준에서 만들어집니다.


2. 업무는 남지만 판단은 사라진다

문제는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콘텐츠 업무는 비교적 쉽게 인수인계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캘린더를 넘기고, 발행 일정을 알려주고, 제작 과정과 협업 담당자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만들었던 콘텐츠와 성과 자료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이 콘텐츠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판단했는지, 왜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았는지, 왜 특정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왜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고객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먼저 보여줬는지는 단순한 업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특히 콘텐츠를 오래 담당한 사람일수록 이런 판단이 자신의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쌓여 있습니다.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았던 기준도 많습니다.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은 남아 있어도 그 방법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는 함께 사라집니다. 새 담당자는 기존 콘텐츠와 가이드를 참고해 업무를 이어갈 수 있지만, 이전 담당자가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축적한 판단의 맥락까지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3. 인수인계해야 할 것은 업무보다 판단의 기준

그렇다면 담당자의 감각을 그대로 매뉴얼로 만들면 해결될까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경험도 다르고 글을 쓰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의 감각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회사가 남겨야 하는 것은 그 감각을 만들어낸 판단의 기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잘된 콘텐츠를 모아놓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왜 잘됐는지까지 기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회수가 높았던 콘텐츠라면 단순히 ‘성과가 좋았다’고 적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 때문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판단했는지 남기는 것입니다. 주제가 좋았는지, 제목이 효과적이었는지, 특정 고객층의 반응이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과가 낮았던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실패 사례로 분류하는 대신 처음부터 주제에 문제가 있었는지, 제목이나 전달 방식이 문제였는지, 회사 입장에서는 중요하지만 고객에게는 관심이 낮은 내용이었는지 이유를 남겨야 합니다.

콘텐츠 가이드 역시 규칙만 나열하기보다 실제 사례와 판단의 이유를 함께 담는 것이 좋습니다. ‘제목은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작성한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콘텐츠 사례를 보여주면서 왜 이 제목은 좋은지, 반대로 왜 다른 제목은 사용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사례와 이유가 함께 쌓이면 다음 담당자는 이전 담당자의 결과물을 단순히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만들어낸 판단의 기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담당자는 바뀌어도 기준은 남겨야 한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콘텐츠가 완전히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담당자가 다른 문체를 사용하고 새로운 주제를 제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관점이 들어오면서 콘텐츠가 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콘텐츠의 기준까지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전에 쌓인 판단의 기준 위에서 새로운 담당자가 자신의 관점과 스타일을 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콘텐츠는 한 사람의 감각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쌓아온 판단의 기준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고, 그 위에 새로운 관점이 더해질 때 콘텐츠도 계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는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준까지 매번 사라질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