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나라 소왕은 천하의 인재를 모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난 인재들은 좀처럼 연나라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신하 곽외가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정말 인재를 얻고 싶다면 저부터 귀하게 대하십시오.”
곽외는 자신이 특별히 뛰어난 인재라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을 왕이 귀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그 모습을 보고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천금매골(千金買骨)’입니다. 보통 이 고사의 교훈은 간단합니다.
‘큰 인재를 얻으려면 작은 인재부터 귀하게 대해야 한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에서 한 가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왕이 곽외를 아무리 귀하게 대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면 어떻게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곽외가 왕에게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야 했습니다. 그래야 다른 인재들이 ‘저 왕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천금매골에는 우리가 흔히 놓치는 한 단계가 있습니다.
행동과 결과 사이에 ‘알려지는 과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왕은 곽외 한 사람을 귀하게 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곽외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연나라 왕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저 왕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구나.”
곽외는 단순히 왕에게 잘 대접받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왕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증거'가 된 셈입니다.
이렇게 다시 읽으면 천금매골은 인재를 모으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힙니다.
생각해보면 오늘날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가 고객을 정말 잘 대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고객이 요구하지 않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깁니다.
또 어떤 회사는 구성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제도를 만들고,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성원을 보호합니다.
그런데 시장이 이 사실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좋은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브랜드는 회사가 실제로 한 행동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 행동을 보고 ‘이 회사는 이런 회사구나’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그 행동이 브랜드의 일부가 됩니다.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을 단순히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실제로 한 행동을 사람들이 브랜드를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 한 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팀이 일주일 동안 제품을 수정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사실을 단순히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했습니다’라고 알리는 것과 왜 그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는지, 내부에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 무엇을 바꿨는지를 이야기로 보여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앞의 이야기는 회사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뒤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그 행동을 보고 '이 회사는 정말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브랜드 콘텐츠의 소재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이번에는 무엇을 홍보하지?’라고 묻기보다 ‘우리 회사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지?’라고 먼저 물어보는 것입니다.
고객 한 명을 위해 예외적으로 내린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원칙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회사가 계속 지켜온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행동에는 회사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케팅이 할 일은 그 이야기를 찾아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천금매골에서 중요한 것은 곽외를 귀하게 대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곽외를 귀하게 대하는 모습을 통해 왕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왕에게는 곽외 한 명을 대우한 행동이었지만, 다른 인재들에게는 연나라 왕을 판단하는 하나의 증거였습니다.
현대의 브랜드 마케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좋은 행동은 브랜드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좋은 행동이 소문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브랜드 마케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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