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질문입니다. 맞춤법이 틀리지 않고 문장이 매끄러운 글일까요? 읽기 편하도록 문장을 짧게 쓰고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글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는 글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경우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좋은 글을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글의 중심 내용이 명확한지, 구조가 잘 짜여 있는지, 적절한 단어를 사용했는지, 맞춤법이나 문법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령, 논설문이라면 여기에 주장 자체가 명확하고 타당한지, 근거가 적절하고 구체적인지, 독자를 고려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서 ‘잘 쓴 글’과 ‘좋은 글’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장이 좋다고 좋은 글은 아닙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문장입니다. 맞춤법이 틀렸는지, 문장이 지나치게 길지는 않은지, 읽기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초보자가 글을 쓸 때 자주 하는 실수 가운데는 정제되지 않은 문장과 표현, 비문, 지나치게 긴 문장,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구성 등이 있습니다. 감정이 지나치게 드러나거나 논리가 과격하게 이어지는 것도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줄여야 합니다. 문장을 짧게 나누고, 맞춤법과 문법을 지키고, 필요하다면 구어체를 활용해 읽는 사람이 부담 없이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글의 첫 부분에서 관심을 끄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에 가깝습니다.
문장이 아무리 매끄러워도 정작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면 좋은 글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맞춤법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문법적으로 완벽해도 읽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글을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문장이나 맞춤법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글의 중심 내용입니다.
좋은 글에는 중심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글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가 분명합니다.
자료에서도 좋은 글의 기준으로 ‘글의 중심 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인가’, 그리고 ‘세부 내용이 중심 내용에 부합하는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에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은 사례를 하나 발견하면 넣고 싶고, 관련된 자료를 찾으면 그것도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글에 들어가는 정보는 많아지는데 정작 처음에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흐려집니다.
이런 글은 내용이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해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이 글에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다 쓴 뒤에는 각 문단을 다시 보면서 ‘이 내용이 중심 생각을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한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글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은 글이 아니라 '중심 생각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구분한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은 독자가 길을 잃지 않게 합니다
중심 생각이 분명해졌다면 그다음에는 그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글의 구조가 엉켜 있으면 독자는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좋은 글은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서론과 본론, 결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각의 내용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질문을 던졌다면 뒤에서 그 질문에 답해야 하고, 주장을 했다면 그다음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나 근거가 나와야 합니다. 하나의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넘어갈 때도 독자가 ‘왜 갑자기 이 이야기가 나오지?’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글을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내용의 구성을 별도의 항목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론·본론·결론의 구성이 잘 짜여 있는지, 각 문단의 내용이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내용의 전개가 적절하고 타당한지를 평가합니다.
결국 좋은 글의 구조는 글쓴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길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좋은 글의 구조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좋은 글에는 ‘왜’가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장과 근거입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글이라면 ‘무엇을 주장하는가’만큼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논설문의 평가 기준을 보면 주장이 명확한지뿐 아니라 타당한지, 참신한지, 일관성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주장에 대한 근거 역시 적절한지, 신뢰할 만한지, 구체적인지를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은 글을 잘 읽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자신의 생각은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독자를 설득하기는 어렵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례를 보았는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가 이어져야 합니다.
좋은 글은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글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독자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글'입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무슨 말을 할까?’와 함께 ‘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를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글에는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중요합니다.
바로 독자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누구에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글은 달라져야 합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글과 이미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글은 같을 수 없습니다.
좋은 글은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상 독자가 누구인지 생각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할 수 있는지 고려합니다.
글을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독자에 대한 고려’를 별도로 다룹니다. 예상 독자를 고려했는지, 그리고 그 글이 독자에게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봅니다.
이 부분이 저는 좋은 글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잘 쓴 글’과 ‘좋은 글’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문장이 정확하고, 구조가 잘 짜여 있고, 근거도 충분한 글이라고 해도 독자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글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주 화려한 문장이나 대단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읽는 사람에게 새로운 관점을 하나 던져주는 글이 있습니다.
바로 ‘아,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좋은 글은 읽고 난 뒤에 남습니다
좋은 글의 기준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도착하게 됩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가 명확해야 하고, 그 생각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적절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필요합니다. 독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면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새로운 정보를 하나 알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작은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독자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그 글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글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은 잘 쓴 글이 아니라, 읽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글입니다."
문장이 좋아야 합니다. 구조도 좋아야 합니다. 주장과 근거도 탄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조건일 뿐, 좋은 글의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글은 결국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입니다.
그 사람이 이해하고,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 바꾸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글을 잘 써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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